일상 끄적끄적

캐나다 - 코로나 25일만의 외출

리카베리 2020. 4. 8. 10:49

요즘 날씨가 진짜 너무 좋다. 그래서 너무 서글프다.

매일매일이 햇빛이 그렇게 쨍한데. 나는 아직도 집.

 

베란다도없는 아파트에서 코딱지만한 창문 열어놓고 얼굴 내놓고 그저 불어들어오는 봄바람에

얼굴, 콧등 살랑살랑 맞으며 그거에 만족하면서 지냈었는데.

워낙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 성격에 밖에 한번도 안나가고 거의 한달있으니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다.

코로나걸리기전에 정신병 걸릴것같은 느낌.

진짜 하루종일 안에만 있는건 건강에 안좋은거 같다 - 정신건강에는 더더욱 안좋고.

 

그리고 하루종일 컴퓨터끼고 일하고 일끝나고 바로 또 4시간 컴퓨터앞에서 수업들으니까

그동안 하루종일 전자파 맞으며 일하고있었던거다! 이게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뭔가 하루종일 쳐져있는 느낌이었다.

이런느낌으로 3주 지냄 ㅋㅋ 순간순간 줌바 이런거하며 텐션UP을 시켰지만, 반짝 이벤트일 뿐 기분좋은 텐션이 오래가지 못했다.

 

암튼, 그래서 오늘은 오전 회의하는동안 햇살이 쨍하게 들어오니 기분이 너무 좋길래

"그래, 오늘이다!" 싶어서 회의끝나자마자 노트북 닫고 큰 용기내서 밖으로 나갔다.

 

동네 한바퀴 돌러가는데 기분이 왜케 좋던지 ㅋㅋ설랬다 간만에.

봄 기운에 기분도 좀 내볼라고 노란색 꽃치마를 꺼내입었다 ㅋㅋ

너무 간만에 외출이라 신발은 또 뭐신을지 고민고민...

이런 고민한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가물가물. 

외출 준비도 원래 엄청 귀찮았는데 너무 신났었다!!

아직은 그래도 추운거 같아 코트 걸치고 나갔는데

혼자 세상 내가 이 동네 힙스터된거 마냥 기분 너무좋았다.

 

유리창 건너로만보던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더 유령도시처럼 조용했다.

다운타운에 지내서 낮에 나가면 진짜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데

진~짜 조용했다. 마치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인거 같은 느낌.

간간히 경찰차 보이는거 말고는 뭐 없었다.

집앞 팀홀튼을 가기로한다 (팀홀튼은 캐나다 도넛/커피 체인이다).

(저번 달에 동양인들 칼맞았다 그 기분 좋은 와중에도 혹시나 몰라서 앞뒤 살피며 다녔다 - 나는 쫄보)

다행이 가는 길방향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팀홀튼 들어갈때는 마스크끼고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팀홀튼도 유리막을 해놨다.

근데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 안낀다. 아니 이 사람들이 걸리면 어째? 100% 옮을각.

생각해보면 한국 위생관념이 더 높은거같다.

한국은 조리하시는분들, 매장에서 일하시는분들 다 침 안튀기게 투명 마스크했던거 같은데 여기서는 그런거 본적없는거같다.

 

 

아무튼, 들어갔는데 손님 하나있었고 놀랍게도 그 손님도 마스크를 쓰고있었다!!! 

동양인 아닌사람이 마스크쓰는거 우리동네에서 처음본거 같다 (그동안 밖에 안나와서 바깥사정 잘 모름..ㅋㅋ)

신기해하며 주문 기다리는데  다른 손님들 두명이 들어왔다 근데 혹시 해꼬지할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기다렸다. 

주문한거 나오자마자 잽싸게 받아들고 나왔는데 진짜 햇빛이 너무 좋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핑크빛으로 느껴지기까지했다. 진짜 봄이 왔구나 싶었다. 

 

짦은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너~~~~~~~~~~~무 신났었다 (진짜 딱 20분걸림).

말도 못할만큼 텐션업.  '진작 나갈껄 그랬나? 싶었다'

일도 뭔가 더 효율적으로 집중도 잘되고! 역시 사람은 나갔다와야된다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고와야지!

근데 집에서 주문한거 열어봤더니! 내가 미니도넛 10개시켰는데 6개만 들어있었다. 이거 무엇.....?

아니 바쁘면 바빠서 실수했나보다하는데 하나도 안바빴는데 도랏...? 4개 도넛 도둑맞은기분에 슬펐다.

6개 도넛 맛있게 한입한입 곱씹으며 음미하며 먹었다 ㅋㅋ

간만에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

 

드디어 25일의 칩거생활 중 하루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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